내가 쪼들릴 땐 누가 날 위로해주지?
먹는 재미에 산다. 오늘 점심은 도무지 왜 이천삼백원이나 되는지 알수 없는 소시지빵과 매일에서 나온 멸균우유(건강에는 별로지만 맛난다)를 빵집에서 사먹었다. 평일에는 되도록 지출을 삼가고 있으나 요새 스트레스성 폭식이 아닌 진정한 식탐에 빠져 있는터라 탐닉에 충실하기로 했다. 전자렌지에 데울때 빵에서 빠져나오는 물기와 기름기로 눅진해진 빵 그리고 진홍색 케찹의 시큼함과 녹은 체다치즈의 짭짤하고 찐득한 맛, 진한 소스의 맛으로 잡맛이 어느적도 지워진 싸구려 소시지 맛의 정보를 입속에서 최대한 상기시키며 천천히 음미했다. 저녁으로는 회사식당에서 된장찌게에 무려 밥한공기를 뚝딱했고(이 집에서 밥을 한공기씩을 다 먹어치운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퇴근길에는 비닐봉지 가득 간식거리를 싸들고 와서 와구와구 먹어댔다. 트윗에서 본 강풀네 고양이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근데 강풀네 뚱보 회색고양이 너무너무 갖고 싶음)
토요일에는 싸고 예쁜 악세사리가 많은 신도림역 내의 가게에서 리본핀을 네개 부엉이 귀걸이를 하나 샀다. 각각 모두 천원짜리인데 퀄리티는 가격대비 최상급! 일할 때는 대충 옷만 꿰어입고 나가는 편인데 리본핀을 하면 그래도 신경을 쓴 느낌이 나서 좋다. 그것도 꾸민 건 꾸민 것인지 미녀계열의 아가씨들이 아는 척을 해주신다. 신난다(티는 안내지만)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연구수업 일정이 잡혀있다. 큰일이다.
무대공포증에 대인기피증이 겹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는 사람도 다섯 이상이 모여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는데 심히 부담스럽다.
아무 생각없이 따끈한 카라멜 팝콘을 먹으며 객석의 10% 정도로 채워진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싶다.
11월에 치과진료로 60만원 상당의 돈이 통장을 빠져나갔고, 엄마 겨울 점퍼와 할머니 생신비용으로 30만원 가깝게 지출이 있었다. 이번 달에는 아빠 생일이.
내가 쪼들릴 땐 누가 날 위로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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