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 우리를
밤은 춥다, 꿈의 폐인
봄과봄
2011. 5. 24. 03:23
한낮에는 더워서 반팔을 입고 다녀도 괜찮을 것 같은 날씨이지만
시계추마저 무거워지는 밤이 되면 노트북가방과 출근가방을 양 손에 들고 걸어도 한기를 느낄 정도록 공기의 온도가 파삭. 식어버린다. 새벽이 되면 한기는 더 해져 발도 시리고 등도 시리니..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의 소유자정도가 아니라 만성 오한 질환자 쯤 인듯. 지난 주 평일에는 퇴근 후 거의 1단계 -무차별 처묵처묵, 2단계- 씨스터와의 재치대결, 마지막으로 3단계-뒹구르 전기장판의 코스로 광란의 시간을 보내다 잠들었었다. 지금도 몸살초기 비슷하게 으슬거려서 빨리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정답인데, 자판에서 손가락이 떨어지지 않는 바람에 포스팅 중. 게다가 오늘은 '순간이 우리를' 방에 첫 게시물을 걸게된 역사적인 날인데 어찌 조신치 못하게 금새 이불을 덥썩 안을 수 있겠는가.
꿈과 현실은 어떤 관계인가 자주 생각하게 된다. 어젯밤 한바탕 고군분투를 하는 꿈을 꾸었는데 오늘 바로 그에 견줄만한 고민거리들이 생겨나버렸고 또 이러한 일들이 일상에서 반복되고 있으니 꿈의 해몽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그러나 꿈은 일반적인 해몽 기준으로는 풀리지 않고(점술인들에게 꿈해몽을 의뢰하는 것은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 스스로 현실에서 나타난 사건들을 놓고 꿈 속의 사건들과 비교하고 분석해 보아야 풀 수 있으므로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흥미진진한 게임같다.
어느새 무의식의 플롯을 가진 꿈이 주는 불성실한 단서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현실 속의 상황들과 맞춰보는 것이 소일거리가 되었다. 꿈이 뱉어놓는 이 유희 때문에 가끔은 현실보다 꿈에 몰입이 더 잘되는 것일까. 꿈과 현실이 서로 인터렉티브한 관계이다 보니, 웬만한 영화나 영상이 시시하게 느껴진다. 꿈의 구조는 이성에 근거하지 않으았으며 말도 않되는 상황의 연속이라 남에게 들려줄 만한 가치도 별로 없는 개인적인 영상이지만 모든 것이 나에게 맞춰서 설계되었다는 사실 하나로 꿈은 나를 순식간에 포획한다 . 평소 생각이(대부분이 실용적이지 못한) 많아서인지 심신이 피곤할 정도로 폭발적인 꿈의 생산에 때문에 폐인의 몰골로 아침을 맞이할 때가 적지 않다. 오, 영광의 꿈의 폐인이여. 내일은 영광 대신 현실을 부지런히 좇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