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좋은 방

쌀의 최면

봄과봄 2011. 9. 22. 03:14
여러가지 일로 마음도 어지럽고 머리도 어지러운 하루였어. 우연에서 미끄러진 사건의 잡동사니들이 먼지를 잔뜩 일으키는 바람에 오랫동안 기침을 해야했지.
난 뭐가 될 수있을까. 일년,이년이 지난 후 난 뭐가 되어 있을까. 현재의 장애물을 뛰어넘어 원하는 길을 가고 있을까.
더운물을 쌀그릇에 받아서 쌀을 씻었어. 손가락 사이로 쌀알들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들려왔어. 알알이 부드러움으로 다가오는 지난 추억들은 놀랍게도 그들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었지. 쌀이 어떻게 알고 있었던걸까? 난 원래 말같은 거 즐기는 사람도 아닌데... 쌀을 물에 담그는 동안 이야기들이 방류라도 되었다는 건가?
물 속에 쌀들이 풀어놓은 뽀오얀 최면에 나는 감미로운 추억 속을 퐁당거렸어.
아...뇌는 무지무지 바쁠 것 같아. 언제나 매일의 일용할 도파민을 주문해 내야하니까 말야. 의식이 황량해지면 무의식이란 녀석이 말도 않되는 오감에 육감까지 동원해 기어이 그날의 도파민을 만들어낸단 말야. 오늘은 쌀로 사람을 최면 상태에 몰아넣질 않나. 생각할 수록 기가 막혀. 뇌가 설계해 놓은 도파민 폐쇄 회로가 의식속에몇가지 새겨져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있었으나 오늘과 같은 환각술에는 넋이 훵 나가는구나. (나야 뭐 땡큐지만)
이성 따위는 한번에 무릎팍 꿇게하는 도파민의 생존본능에도 아낌없는 존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