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가 지배하는 삶. 이라는 장르가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구도가 점령하는 삶이 있는가 하면

내가 사는 봉쇄된 공간의 삶에는 위악도 위선도 침범하지 못하는 진공이 있다.

진공에서 입을 다물고 눈만 꿈뻑이고 있자면,

이게 사는건가 . 싶다가도. 아. 이제사 살겠네- 라는 탄식이 새어나올 때가 있다.

유리벽 너머의 세상은 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세포분열 같았다. 세포들은, 때론 찬란히 빛났고 때론 무섭게 일그러지고 파괴되었다.

세포들의 움직임을 보고있는 동안 세계의 강들을 모두 합쳐놓은 것 같은 양의 전류가 머릿속에 흘렀지만, 이상하게도 가끔씩 방전된 듯한 순간이 찾아왔고 정신을 차려보면 진공 속에 있었다. 진공과 세포세계의 간극을 무시하려했던 내가 오만했다. 쫓기듯 살아가는 삶에 목표를 꾹꾹 눌러 꽂아놓아도 그 허술한 화살들은 보란듯이 튕겨져 나갔다. 때마침 진공이 나를 삼켰고, 지금은 아주 편안하다. 진공은 의지나 메시지보다도 흡입력이 뛰어났다. 내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 초월적인 인력으로 끌어당기는 진공은, 내가 가진 방 중에 절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방이다. 아무도 초대하지 못할 그 곳에 들어가면 모든 소리가 지워지고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의 아름다운 결이 너무나, 잘 보인다.

뒤돌아보면 항상 나를 부르는 것은 진공이었다. 너를 극복하려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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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트위터에 메모해 둔 단상들은 조금 고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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