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세찬 바람이 멎고
지저분하게 하늘을 메우던 잔구름떼가 벗겨진다면
이제 네가 그만 울게 되었다고 생각할게
무엇에겐가 잔뜩 성이 난 비바람이 몰려드는 창
모눈 사이로 배어나오는 검은 빗물에 네가 보여
등잔만한 흰 국화
산산한 안개꽃이
새까만 우주 속으로 툭. 툭.
찾으려했던 구원은 이 작은 꽃보다도 작았던건지 하찮은 바람 소리에도 휘청거렸지
서투른 바람
그저 윙윙거리는 목소리들에게 삼켜진 우주
그래
그 우주를 위해
눈부시게 웃던 국화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았던 안개
그 꽃들을 바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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