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말

생활의 단면 2011. 6. 2. 01:35



어렸을 때 유행하던 '도깨비 말' 이라는 말놀이가 있었다.
모든 낱말의 받침을 펼쳐서  받침을 없애고  각 음절마다 'ㅂ(브)' 를 붙여서 발음하는 놀이인데, 예를 들면 ' 고양이가 창밖을 보고 있어' 라는 문장을 '고브야브이브가브 차브바브으브 보브고브이브써브'와 같은 식으로 늘여서 발음을 하는 말장난이다 . 오늘 마지막 타임에 가르쳤던 6학년 아이들이 서로 '도깨비 말'을 주고받는 것을 목격했는데, '도깨비 말'이라는 사소한 말장난이  20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구전 놀이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것은 정해져 있나보다.
근데 내가 나이 들었다고 느끼는 것이, '도깨비말'을 듣고 있으면 왜 이리 왕소름이 돋고 듣기가 싫은 지 모르겠다. 아니, 말하는 사람만 재밌고 듣는 사람은 짜증나는 놀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그 유치한 장난 그만 좀 치라고  얘기해도 아이들은 재잘거림을 멈추지 않았고 나는 너무 고통스러웠던 나머지 아이들의 대화를 CD 플레이어의 재생버튼을 눌러 차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타이밍에 CD가 돌아가지 않았으면  닭이 되어 날아갔을지도.. 그래도 그 애들의 생기발랄함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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