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인생의 마지막까지 불태워지며 동력을 제공할 연료가 되어줄테지만.
아, 비오는 날이면 넘치도록 샘솟는 . 이 눈부신 회색감정들은 어디다 쓴다지. 
회색덩이들을 억지를 삼킬 때마다, 토할것처럼 목울대가 간질거렸다.
비오는 날에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적어져서 쉽게 무력감에 빠지게되는데 이에 뇌가 회색기억들을 불러일으키게 한다고...
아가맨이 말해줬는데. 그는 그럴 때마다 무언가 해야할 일들을 생각하며  회색의 연못을 지나친다고 했다. 그럴 땐 잠을 자거나 글을 쓰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고도 했다. 지난주말쯤 지하세계에 격하게 다녀오고 난 뒤(왜 급체가 사람잡는다는 지 알겠다.삽시간에 온 장기에 쥐어짜이는 듯한 통증이 퍼지면서 전신에 근육통이 찾아들고 숨쉬기도 곤란해짐. 작년에도 몇 번 겪었는데 증상이 올 때마다 거의 파김치가 되버리곤 한다)  쇠약해졌는지 어제는 가위에 눌리기도 했다. 이렇게 상태가 썩 안좋다보니 주중에는 다량의 초코렡과 우유, 혹은 초코렡 우유로 안정을 유지했으나, 주말이 되자 기어이 후유증이 터져버린 것 같다. 생각해보니 금요일에 회사에서 충격을 좀 받기는 했다. 새로 원어민 동료가 왔는데, 이렇게 얘기하긴 미안한 노릇이지만 비호감의 끝을 달리는 외모(과거에 기네스북  세계의 거인편에서 흑백사진으로 보았던 이빨이 볼썽사납게 튀어나온 구부정한 거인이 떠올랐다)에 때에 절은 양복, 안씻은 역한 냄새까지 풍기는 그와  상당 부분의 수업을 함께 해야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었다. 나도 이런데 아이들이 받아들일수 있을 지... 뭐,벌써부터 걱정하지는 말자. 가뜩이나 세로토닌도 부족한데 말이야.

다행히 오늘 저녁때 2시간정도 낮잠을 자고 일어나 목욕을 했더니 좀 나아졌다.
어제 휴대폰 커버랑 보호필름을 사면서 하얀 올빼미 귀걸이와 연보라색 리본핀을 샀는데 기분전환이 좀 된 것 같다. 또 인사동에서 귀여운 올빼미 도자기 인형들도 신나게 구경했었다. 게다가 아가맨 집근처 편의점에 사는 고양이가 나를 너무 좋아해줘서 그때 굉장히 기분이 좋았었다. 조금 자란 아가고양이였는데 처음 봤는데도  몸을 비비며 주위를 빙빙 돌면서 호감표시를 하더니 나중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배도 보여주고 스킨쉽 해달라고 교태를 부리더라. 쓰담쓰담 해주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또 수퍼집 하얀 강아지도 머리를 살살 만져주니까 묘한 소리를 내며 눈을 반짝였다. 뭐라고 말했던거지?  알아들을 수 있다면 더 좋을텐데...종종 느끼는 건데 대부분의 고양이와 강아지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이유? 내가 너무 그애들을 좋아하니까!

그나저나, 넘쳐나는 회색연료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 지 고민해 봐야겠다. 음..역시나 넘쳐나는 꿈의 기억과 함께 무의식의 그림을 그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숨쉬기 좋은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리  (0) 2011.07.27
올빼미군 보세요  (0) 2011.07.12
감상  (0) 2011.06.08
밤을 새고 있는 당신에게  (0) 2011.06.07
이 시키  (0) 2011.05.25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