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숨쉬기 좋은 방 2011. 7. 27. 02:42


요새는 정말 내멋대로 무표정을 남발하며 산다.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뇌 속의 신경이 올록볼록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지만 그 사건이 웬만하지 않아서는 말이나 표정에 드러나지 않으니,  남들이 보기에는 무덤덤해 보이겠지만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나는 이런 내가 좋다.
타인들이 저지른 오늘의 사건사고로만도 넘쳐 흐르는 세상에서 과도한 자기표현으로 주목받고 싶은 생각같은 건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의사표현같은 건 필요한만큼 하고 산다.  할 일이나 열심히 하면서  조용히 지내는 지금이 좋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따지고 보면 무표정이라는 것도 자신을 표현하는 한 수단일 뿐이지 않은가.
이대로 견고한 비접촉의 세상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이나 인연과는 영영 담을 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공책에 그어진 줄처럼 시간의 공백 속에 주욱 이어진다.  공백을 달리는 미니멀리즘의 끝없는 계단이 언제부터 뇌의 가장 안 쪽 깊숙한 곳에 설계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의 표현이 최선의 표현을 만들어 준다는 확고한 믿음이 정신의 축이 되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때로는 폭력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신경증에 시달리는  내가(게다가 심약하기까지 하니 진상) 사람들의 무수한 표정언어까지 (억지로) 구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세상살이가 참. 고달파질 것 같다.
나에게는 무표정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부디 이 평화를 깨지말고, 담담함이여- 무표정이여-       keep      going!

'숨쉬기 좋은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이미, 실언의 셋리스트는 왜.  (0) 2011.08.09
바보같이 보일까봐  (0) 2011.08.08
올빼미군 보세요  (0) 2011.07.12
회색연료  (0) 2011.07.04
감상  (0) 2011.06.08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