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쿠라라
나는 네가 가끔 부러워.
넌 물 속에서 사니까 , 언제든지 풍덩한 바닷속에 들어앉아서 팔다리를 휘저을 수 있을거 아냐. 응?
물 속의 물이 누르는 압력과 천천히 밀려와 살갗에 닿는 물결의 촉감이란 얼마나 근사하고 나른한 황홀을 가져다준다니.
난 바다에도 가지 않고 강에도 가지 않고 계곡에도 가지 않고 실내 수영장이나 이제는 대중목욕탕 같은 곳도 가지 않거든.
그저 집에 욕조나 하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지
쿠라라 넌 임마, 그런 곳에서 사는 게 행운인 줄 알아.
넌 그냥 화가 날때나 신이 날때나 언제든지 둥둥 떠다니면서 팔다리만 휘저으면 되잖아.
팔다리를 휘젓다보면 네 삶도 변하니?
엄지손톱보다도 작았던 네 몸이 토토로의 몸통처럼 부풀어 오를 때까지 넌 쉴새없이 팔다리를 움직여댔었겠지만,
네 인생이란 별로 변한 것이 없어보여. 앞으로도 별일 없겠지. 별일 없이 살겠지.
육지의 삶이란 하루하루가 현기증이 난단다.
낮이면 머리 위에 타고 있는 태양에 내 눈은 소용돌이를 그려. (양손가득 짐을 들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지)
알지? 소용돌이, 바닷속에도 그건 자주 있는 일이잖아. 그 뿐인지 아니? 하루종일 전화에 컴퓨터에 심심찮게 터져대는 아이들의 괴성(?)에 시달리다 보면 숨이 턱턱 막혀 파김치가 되곤해.
맨 처음엔 눈이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엔 머리까지 빙글빙글 돌게 되는데, 그건 좋지 않은 신호지.
그래서 사람들은 완전히 돌아버리지 않기 위해 (소용돌이의 회전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각종 음료를 마신단다. 회전운전을 멈춰주는 가장 유명한 음료는 코히라는 건데, 코히라면 사람들이 정말 환장을 하지. 씁쓰르한게 맛이 좋거든. 나역시 정말 좋아하지만 독해서 자주 마시지는 못해. 대신 우유를 많이 마셨었는데 요샌 입맛이 변했는지 우유도 들쩍지근하게 느껴져서 예전만하진 못하더라.
쿠라라~ 또다른 육지의 즐거움 하나 알려줄까? 요즘같은 때는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맞으며 광화문 같은 대로를 활보할 때 샌들을 뚫고 맨발에 전달되는 지열이 되게 매력적이다. (넌 질색을 하려나?) 머릿결이 바람에 날리는 기분도 상쾌하고 참 좋지.
하지만 여전히 네가 부러워. 물결따라 팔다리를 휘젓기만 하면 굴러가는 네 삶의 수레바퀴는 정말 가벼워보여.
예기치 않는 일들의 연속을 겪는 것은 너나 나나 똑같지만, 쿠라라. 넌 그냥 부지런히 팔다리를 놀리는 것 빼고는 정말 아무일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거든. 네 인생은 평화. 그자체로 보여. 너에게는 만두집의 왕만두들처럼 머리속에 불평을 세모꼴로 쌓아두고는 그 뜨거운 것들을 (시도때도 없이)하나씩 들었다놨다하는 일따윈 결코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거야.
내가 너한테 뭐하고 있는거니. 흠...
아무튼, 쿠라라
좋은 것들이나 나쁜 것들이나 (심지어는 해마속에 잠자고 있는 기억마저) 꿈틀꿈뜰(이것봐 글씨도 꿈틀에서 꿈뜰로 벌써 변했다구!ㅜㅜ) 자꾸자꾸 변하니까 나는 어지러워.
그래 요점은, 어지럽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