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멘토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신촌 에슐리 좋더라구요. 샐러드바에서 네 종류의 와인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어요. 멘토님의 굿 초이스 덕분에 자몽와 홍합스튜, 연어샐러드 등 맛있는 음식두 실컷 먹을 수 있었네요.
멘토님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가족이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관계이면서도 왜 이리 힘든 사이인 걸까요? 당장 저부터도 가족과의 관계를 망치는 이기심같은 것은 툭툭 털어버리고 싶지만 그러기가 정말 쉽지 않네요. 좋지 않은 형태의 관계가 굳어졌음에도 개선해봐야겠다 마음 먹는 것 하나도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또 우리에게 빠질수 없는 화두인 사람 사이의 상처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요. 종교인이라는 이름이 적잖히 부담스러운 타이틀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은 미약한 존재이기에 종교 속에서 고통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종교를 삶의 지침으로 삼으려고 하잖아요. 그래서 종교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려고도, 또는 타인을 용서하고 자신이 용서받기를 빌기도 하죠. 그렇지만 종교단체라는 곳도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이잖아요. 그래서 종교집단 속에서도 무수한 오해와 다툼이 발생하고 서로에게 실망하게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가깝게 지내며 믿었던 사이일수록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제대로된 소통이 되지 않으면 큰 벽이 쌓이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제 경우를 돌아보아도 인간에 대한 불신과 냉담 같은 것이 벌써 성장기 초기부터 형성되었던 것 같고요. 선택에 의해 종교생활을 하게 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종교를 믿는다 하면서도 믿음보다는 회의, 왜 라는 의문점밖에 찾을 수 없었던 시절이 상당히 길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전부터는 온전히 제 의지로 종교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들 때 종교가 많은 위로와 의지가 되고 있는데요.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세상에 대해서도 점점 알아가게 되면서 그냥 습관적으로가 아니라 정말 필요에 의해 종교의식에 참석하게 되었죠. 그렇지만 가끔은 왜 종교가 사람을 바꾸지 못할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어제도 그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이 나더군요. 어떤 자극과 시련과 의지가 사람의 방향을 틀게 할 수는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종교까지도 그 사람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까지는 변화시킬 수 없다고 우리는 단정지었습니다. 세상에는 시간과 물리적인 격리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도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적당한 거리가 지켜주는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서로에 대한 존중이고요. 못난 부분까지 가감없이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던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걸어서 이화여자대학교에 갔었는데 아기자기한 조경이 어우러진 교정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중앙에 독특한 구조의 회색건물이 있어서 멘토님과 신기해하며 기웃기웃 구경을 했었죠. 학교산책을 마치고 지적 열정이 넘치시는 멘토님은 종로의 서점으로 저는 문래의 한 클럽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철물점 상가 2층에 있는 곳이었는데 그렇게 허름하고 축축한 공간은 정말 오랫만이었네요. 박다함에 이어 선결의 연주까지 듣고 밖으로 나와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박다함은 처음 보는 뮤지션이었고 선결은 작년에 발길따라 들어간 한 공연에서 우연히 알게된 팀인데 약 9개월 만에 다시 보게 된 것 같네요. 그때 편향적이고 다소 무례한 언사(다들 잘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지인인 듯한 관객과 주고받아 몹시 짜증났었던..)에 실망했었는데 어제 공연에서는 별다른 멘트 없이 연주만 들려주어 좋았습니다. 곡소개가 없어서 곡 이름은 하나도 알 지 못했지만 그런거야 뭐 특별한 일은 아니니까요. 여튼 선결은 최근 제 취향에 잘 맞는 음악을 하는 팀이니 앞으로의 행보도 계속 기대하려고 합니다. 카코브(?)라는 오스트레일리아 뮤지션의 공연 중에 남자친구가 클럽으로 찾아왔는데 둘 다 실험음악 같은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금방 밖으로 나와버렸네요. 노이즈가 많은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그 음악은 찢어지는 듯한 공명때문에 듣기가 참 괴롭더라구요. 귀가 혹사당하는 느낌.. 그 음악보단 박명수와 지디가 부른 '바람났어'가 낫죠. 서둘러 감기 걸린 남자친구를 꼬드겨서 '바람났어' 따위의 음악이 나오는 곳으로 끌고갔습니다. 착하게 살고 싶은데 가끔 남자친구한테 이렇게 곤조를 부리기도 하네요;; (존중은 어디에..)여튼 리듬에 맞추어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같은 것을 하며 어제의 낙뇌를 신나게 날려버렸습니다. 또 남자친구에게 웨이브를 배우고 싶다고 하니까 인터넷에서 웨이브 동영상을 찾아서 보여주며 친절하게 순서를 가르쳐 주더라구요. 고마고마. ㅎㅎ. 마음속에 비가 그치고 나니 마음속에 미풍(mild wind)이 솔솔 불어오네요. 아, 이제 다시 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