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업무 중에 하나였던 '편지쓰기'를 끝마쳤다.  벌써 세번째 편지쓰기인데, 이번엔 학생 개인별로 쓰지 않고 글의 양을 대폭 늘리면서 하나의 통일된 형식의 텍스트로 완성시켰다. 상투적으로 쓰게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개인별로 쓸 때보다 전달력이 있는 것 같다.  이전에 개인한테 맞추어서 쓸 때는 감당해야 할 인원이 많다보니 시간에 치여 형식적인 문구나 단순히 영역별 비교분석 정도로 내용을 채우기에 급급했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을 법한 고민들에 대해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썼더니 개인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이번 학기에는 관리인원이 최고조를 이루어 70여명에 육박하다보니 실질적으로 개인별로 모두 다른 편지를 써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되어, '하나라도 잘 써보자'라는 생각으로 썼었는데 그러길 잘 한 것 같다. 똑같은 편지를 받아보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겠으나 개인별 편지에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으니 내 입장에서는 이 편이 훨씬 떳떳한 결과물이다. 그 동안 카드 돌려막기 식의 편지쓰기에 내 자신이 질려 있기도 했다. 난 편지 쓰는 기계가 아니라구! 글의 주제인 '시도의 중요성'이  얼마나 어필할 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대부분의 아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도 편지는 편지이니 아이들 이름이라도  손글씨로 정성껏 적어서 고이 접어 주려고 한다. 나 정말 미니멀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하. 하지만 고만고만 비슷비슷한 편지를 기계처럼 찍어내는 짓은 더이상 못하겠다고. 다시 말하지만, 난 편지기계가 아니야. 그 고물딱지 편지기계는 죽었어. 난 이제 편지로부터 자유로운 그냥 하나의 자유로운. 자유로운 인간이라구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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