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제주도에 내려갔던 씨스터는 이번 월요일 강정포구에서 있었던 미사를 마치고 그날 밤 무사히 귀가했다.
지금 강정은 계엄이야. 씨스터의 말...
이런 세상에서 내가 젊음을 보내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날이 갈수록 대한민국은 back to the 80's 70's 60's
서울에서 내려온 수십대의 닭장차에서 뛰쳐나온 정부와 대기업의 하수인들은 해군기지건설에 저항하는 마을 사람들, 활동가, 청소년, 여성, 성직자를 마구 때리고 잡아간다. 지팡이에 의지해 걷는 초로의 문정현 신부님은 새파란 용역쓰레기한테 뺨을 맞고 유치장 신세까지 지셨다. '제주 국제 평화 포럼'에 기조연설자로 초청되어 왔었다가 제주에 발을 딛었던 노벨평화상 후보인 (역시 예순이 넘은) 평화활동가 앤지 젤터씨도 이국땅에서 폭력과 모욕, 연행를 당했다. 풀려나고서도 구럼비 걱정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시며 문신부님은 성치 못한 몸을 냉기가 올라오는 거친 바닥에 누이셨고, 앤지 젤터씨는 커터기로 구럼비 앞에 불법으로 설치된 철조망을 자르는 활약을 했다. 그 외에 탄압에 굴복하지 않는 우리 죄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구럼비를 떠나지 못하고 정부와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저항하며 강정에 발을 묶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많은 수의 마을 사람들이 연행되었고 앤지 젤터, 벤자민 과 같은 해외에서 온 평화활동가들도 강제출국을 당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활동가들도 폭력으로 쓰러뜨려 구속시켰다. 지금 강정에는 미순이 효선이를 짓밟았던 탱크의 악령들이 활보하고 있다.
그 와중에 경찰이 뽑은 최고 사건 5위에 쌍용차 진압이 들어가있다는 역겨운 소식까지.
경찰, 해군. 인권을 지켜야 할 그들은 국민이 입혀준 옷을 입고 국민이 먹여주는 밥을 먹으며 국민이 태워주는 차를 타고와 착한 사람들의 터전을 박살내고 그들의 몸까지 부수려고 한다. 그들은 불의한 권력만을 호위한다.
현실이 곧 지옥이고 감옥인 세상.
매일 트위터로 올라오는 강정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고 분노와 억울함에 치를 떠는 사이 2주가 지나갔다. 온몸으로 맞서 투쟁하는 이들의 실상이 실려오는 SNS를 주시하는 동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아팠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순간이 많았는데 나한테 울 자격같은 건 없는 거 같아 울음을 계속 삼켰더니 그게 쌓여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소망과는 다르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아서
본격적인 구럼비 발파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오늘은 한미 FTA가 발효되었다.
back to the 지옥
폭력, 폭력, 폭력이 난무한다.
회사에서도 지난주와 이번주에 걸쳐 두번의 폭력사건이 있었다.
지난주에는 수업 중 방귀를 뀐 아이를 보고 한 아이가 웃었는데 이에 기분이 나쁘다며 그 방귀를 꼈던 아이가 귀가길에 여러명의 아이들과 웃었던 아이를 둘러싸고 공격하고 침을 뱉었던가 하면,(얘기를 들은 들은 강사들은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라는 옛말이 틀린게 없다는 씁쓸한 맞장구를 쳤다.) 어제는 자기보다 어린 아이를 큰 녀석 둘이서 때리고 기분나쁘게 놀려댔단다.
아주 사소한 이유로 말도 안되는 폭력은 순식간에 일어나버린다. 게다가 둘 다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강자가 약자를 괴롭힌 경우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뉴스에선 '요즘 중고생 폭력, 조폭 수준' 따위가 늘 식탁에 따라 올라온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속상하고 슬프다. 사회가 폭력적이다 보니 아이들은 쉽게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폭력에 물든다. 그들의 죄라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것. 하필 이런 폭압적인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 ,
멀쩡히 살아 숨쉬는 바위를 화약으로 쪼개고 약한 자의 삶을 빼앗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익을 위한 것이며 합법적이고 정당하다는 거짓말이 쳐발라지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
약하고 선한자들이 난타당하고 매도당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회에서 폭력은 언제나 손 내밀면 닿을 곳에서 증식되고 있고, 모든 이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아이들은 별다른 가책없이 폭력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어른이 되겠지.
폭력, 지겹지도 않은가!
억눌린 현실 속에서 무력하기만 한 내 자신이 밉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더럽히며 역행하기만 하는 정권과 시대가 너무 싫다. 하지만 이런 지옥에서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삶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강정의 수호자들을 보며 너무나 값지게 배웠다. 이제는 생활 속에서 그들의 가르침을 실행할 때다. 언젠가는 지옥의 진창을 지나 꽃을 피워내는 새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을 준비해야 한다. 고통과 시련의 날들이 또 다시 찾아오더라도, 절망하지 않고 싸우는 의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고통에 침몰될 것이 아니라 , 약함에 위축될 것이 아니라 차마 지켜보기 힘들다 하더라도 모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진실을 보는 눈은 현실의 길에서 겨누어진다. 그동안 나의 모든 계획을 이행함에 있어 가장 부족했던 것은 바로 용기. 였었다. 외부와 내부에서 가해지는 억압에 눌려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용기라는 카드. 이제는 과감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걸..... 이번 피눈물나는 강정전쟁을 지켜보며 얻은 메시지이다.
세상의 모든 폭력은 멸망하고
강정에 평화를,
구럼비에 자유를,
모든 이들에게는 인권이 주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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