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사진이 없는 글을 남긴지 얼마나 된 지 모르겠다.
애초에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남기겠다든지, 게시판마다 용도를 확실히 구분해두겠다든지 하는 제약을 두지않고 내키는대로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다보니 바쁠 때나 귀찮을 때(거의 대부분의 시간이 그렇다는 게 문제..)를 피해 휴대폰에 쌓여만가는 이미지들을 추려서 근황을 정리하는 용도의 포스팅을 주로 하게 된다. 다듬을 거리가 많아지는 줄글은 회피하게 된 것이다. 이것도 그런대로 나쁠 건 없지만, 반복되다 보니 페이지를 빼곡하게 메워주는 작은 활자들의 덩어리가 그리워지고 말았다. 요새 독서에 제법 빠져서 닥치는대로 읽어보고는 있는데 읽으면서 동시에 뭔가를 써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여간 녹초가 되도록 눈에다 글자들을 들이대고 있는 것에 만족하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드로잉도 조금씩 하고 있다. 소재를 제공해준 어머니한테는 고맙다 표현을 못했지만, 보답으로 엉성한 결과물들을 보여드리곤 한다. 그림은 마약처럼 순간을 잊게 해준다. 이제는 독서도 그림도 신경물질을 짜내기 위해 하고있는 짓들이다. Alabama shakes와 Adele,제목을 외울 수 없는 남미음악들을 배경음악 삼아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별도의 초대가 없이도 무아의 세계로 갈 수 있다니 그저 황송히 빠져들 따름이다. 부엉이 보여주었던 다큐멘터리 필름에는 뇌가 심하게 손상되어 무엇이든 쓰거나 그리지 않고는 못배기는 미치광이 예술가가 되버린 한 남자가 나왔는데 그의 그림들은 표현주의풍으로 아주 역동적이었다. 본인은 자각하고 있지 못하겠지만 어두운 주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보아서는 그가 그다지 좋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그는 오히려 뇌를 다치기 이전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으며 행복하다고 했다. 이제는 예술없이는 살 수가 없다고... 황홀경에 수감중인 그의 모습은 일종의 경고장처럼 보였지만. 또한 그 황홀경의 표독스런 이면, 전혀 즐길 수 없으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평소의 시간들에 대해 모르는 바 아니지만. 밤을 새워 독서와 그림 따위의 취미활동에 집요하게 몰두하는 내가 아니면 누가 또 그를 이해할까 싶다.
보고,듣고, 읽을 때 꿈틀거리며 주위를 휘감는 환상과 감각은 여전히 나를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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