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찾아온 주말.
빠르게 회상하기로,
말아먹은 한 주 였다.
계획된 분량의 일을 오분의 일도 해놓지 못한 것이다.
아직 이틀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마지못해 해야 할 일을 붙잡고 있기는 싫어졌고,
이대로 시원하게 말아먹자는 오기가 발동하는 중...
곧 있으면 중간고사 대비기간이라, 일정에 빈틈이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전에 좀 더 방종한 시간을 즐겨보자. 하는 불성실이 일렁이는데,
거기에 몸이 안좋다 신경이 곤두선다 는 고질적인 이유가 가세해
벌써 간교한 놈과 타협을 보고야 말았다.
그렇다면
후회없이 흥나는 주말을 보내야 할텐데 이또한 고민이다.
새로운 일을 찾아 휘젓고 헤매이는 것은 그닥 실속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불쑥 떠오르는 일이라곤 대형 서점에서 지치도록 책을 집적거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인데,
이 짓 역시 새로운 것에 대한 얄팍한 집착일 뿐이다.
즐길만한 영화가 뭐 있으려나 뒤져봐야겠다. 지난 주말에 보았던 생떽쥐베리의 '야간비행' 낭독극과 함께 갈 수 있는 연료가 필요하다. 유튜브에서 찾아낸 EBS 지식채널 영상(화성에 보내어졌던 쌍둥이 로봇 'Spirit'과 'Opportunity'에 대한 이야기)과 Antonio Carlos Jobim의 stone flower 앨범이랑 흐름을 같이 할 수 있는 약간의 자극만 있으면 된다. 그렇다면 괜찮은 연극리뷰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그것들과 고리가 되어줄 무언가는 아주 사소한 계기로 튀어나올 게 분명하다. 억지로 쫓아다니지 말고, 내일은 일어나서 밀린 빨래나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보아야겠다. 발길 닿는 곳에 즐길 거리들이 있는지나 살피면서
그나저나 어젯밤 꿈의 잔상과 공감각적 인상이 하루종일 손에 잡힐 듯 떠다니는 구나.
그대- 따스한 유령은 오늘도 나를 따르실텐가? 기꺼이 내 앞자리를 내어 드리리다
대신 당신의 등을 다시 껴안게 해줘요
나 하루가 다르게 엄살이 늘어가 당신 등에 팔을 걸지 않고는 비틀거리지 않을 자신이 없으니...
곧게 앉은 뒷모습에서 거절이라고는 모를 당신의 착한 미소를 보았다 말하면 믿으시려나?
오늘이 무리라면 아무때고 가끔 꿈 속에 들러주어요
간밤엔 정말 고마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