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보러갔었는데 벗어놓은 신발 옆에 화려한 부츠가 혼자 막 움직이고 있었다. 집에 귀신이라도 있는 건가하고 잠시 놀랐다가 부츠의 발놀림이 너무 우습고 만만하여 그 부츠에게 호통을 치면서 나도 장난치듯 막대기로 부츠를 때려잡았던 지난 주의 꿈.
양말이 필요한데 양말가게는 모두 문을 닫았고, 어떻게든 구해보겠다고 달려간 재래시장. 곧 파장이라 헉헉대며 시장바닥을 누비고 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양말을 시장에서 사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노점은 망해있고, 어렵게 찾은 마지막 집에는 내가 찾는 양말이 없던 어제의 꿈.
신발꿈은 이상하지만 익살스러웠고, 양말꿈은 살짝 피곤하고 강박적인 느낌.
사소함을 잘 놓치지 않는 생활 습관 때문인지 꿈마저도 현실처럼 너무 생생하다. 배경마저 디테일한 무지 선명한 사진처럼 쾅!
오히려 아까 현실에서의 퇴근길(어둑하고 안개로 축축해 길 양쪽에 늘어선 가로수들이 판타지 영화의 요괴나무들처럼 기괴하게 휘어보였던)은 기분나쁠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는데...
오늘은 꿈없는 잠을-
아니면 잠자는 꿈을-
꿈을 조금만 즐기도록 해야겠다.
꿈 때문에 도무지 잠을 즐길수가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