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모임의 시집 -허수경 시인의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을 읽으며 했던 습작 두 편을 올려본다.
첫째는, 7월 10일 발표한 '광산 속에서 받은 전령'으로 허수경 시인의 '추운 여름에 받은 편지'라는 시를 패러디 한 것이다.
광산 속에서 받은 전령
지난 주까지 광산 깊은 곳에 있었습니다
끼니마다 쥐와 두더쥐를 잡아먹으며 텅 빈 동굴의 천장을 들여다보는 나날이었어요
광산 옆에는 폭포가 하나 있었다고는 하나
폭포는 제 갈 길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낙하하고 광산 옆 야산에는
무성한 풀이 돋고 날개 달린 해파리들이 록밴드처럼 울고 있었어요
어제 당신의 전령을 받았습니다
퇴화한 눈 대신 귀가 당신의 전령을 읽었어요
아마도 옆 광산에서 흙손으로 만든 기타는 어항 속의 연인인가 봅니다
어항 밖의 공기는 위험해서
기타리스트는 기타에 불을 붙이고 있는데
당신은 또 폭포를 짓고 있나요
낙숫물 요란하게 들끓게 하였나요
그래서 두더쥐들은 바닥을 긁고 파헤치며
오래된 손톱에 줄을 긋고 있나요
어제는 난데없이 아직까지 살고 있다는 시인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어제는 난데없이 맥주를 마시는 화가의 몸에 대한 상상을 새겨보고 있었어요
허둥거리며 쥐들은 어둠 속에서 발을 구르고
끼리릭 거리며 두더쥐들은 손톱에 피를 떨구며 돌아오는 나날이었지요
혼자일까봐 두려워 잠을 자지 않았어요
꿈 속 같은 굴 속에서 언제나 혼자였거든요
두번째는, 7월 24일에 발표한 '박쥐 없는 밤'으로 이건 창작시.
박쥐 없는 밤
박쥐가 무서워 박쥐 한 번 그려보고
박쥐가 무서워 박쥐 소리 한 번 질러보고
박쥐가 무서워 공포가 되려고 했던 소년이
달리는 밤
어둠이 지워지고
후두둑 박쥐 떨어지고
질주하는 밤, 분노하는 바람
그는 시간이 없어
노인이 되어 보지도 못하고
박쥐 없는 밤은 오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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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모임에서는 김소연 시인의 '수학자의 아침'이라는 시로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아'에서 삼각형 찾기 놀이를 만들어 봤었는데,
7월 모임에서는 허수경 시인의 시에서 연상되는 영화 속 인물을 찾아보았고, 그 인물을 토대로 각각의 시를 써보았다.
첫번째 모임에서는 영화 '매드맥스'에 나오는 빨간내복 기타리스트 '두프 워리어(본명은 코마)'의 서사로 '추운 여름의 편지'의 패러디 시 '광산 속에서 받은 전령' 을 썼고
두번째 모임에서는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나오는 깊은 우물 같은 형상의 감옥에서 영감을 받아 배트맨의 소년시절과 성년을 관통하는 스케치를 '박쥐 없는 밤'을 통해 해보았다. 참고한 시는 '어린 밤의 공기'이다.
좋은 원본을 통해 상상의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경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