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PD의 책 '침대와 책'에 수록되어 있는 글

'밉고 싫고 감정은 파도치고 삶은 휘청이는 날' 중 발터 벤야민의 말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오로지 그에게만 열렬히 빠져 있을 때는 거의 모든 책 속에서 그의 초상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을.  그렇다. 그는 주연인 동시에 악역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온갖 이야기 속에서 장단편 관계없이 다양한 소설 속에서.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의 상상력은 무한히 작은 것 속에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능력, 즉 내적으로 집중되어 있는 모든 것 속에서 새로운, 압축된 충만함을 담을 수 있는 어떤 외연적인 것을 찾아내는 재능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펼쳐졌을 때야 비로소 숨을 쉬고 새로 넓은 공간을 확보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모습을 안쪽에서 활짝 펼쳐 보이는 부채의 그림처럼 받아들이는 재능이라고 말이다.

...

그는 지금 이 순간에 진행되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지각하는 것이 저 먼 미래를 예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결정적이라고 말해준다.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전조, 예감, 신호들을 해석할 것이냐 이용할 것이냐의 문제만 남는데 발터 벤야민은 비겁과 태만은 (전조를 ) 해석하는 것을 권하고 냉정과 자유는 (전조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내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체없이  '이용'해야 한다. 그는 또 미래에 대해 막연히 불길한 느낌을 충실한 '지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키피오는 카르타고 땅에 오르다가 쓰러질 뻔하자 양팔을 크게 벌리고 '나는 너를 품에 안는다. 아프리카여!'라고 승리의 암호를 외쳤다. '카이사르는 배에서 상륙하려다가 바다 속으로 떨어졌을 때 조차 이 사고를 길조로 바꿨다.

"나는 너를 품에 안는다. 아프리카여!" 라고 외치며.

그 둘은 재앙의 전조, 불운의 표징이 될 수 있었던 것을 몸으로 순간과 결합시켜 자신을 신체의 막일꾼으로 만들어서 위대해졌다고 벤야민은 찬양한다. 그러니까 내가지금 한 일은 몸으로 불운의 표징을 바꿔버리는 것이란 말이다.  '오라 불운한 순간이여. 나는 너를 품에 안는다! 너를 열렬히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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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전조를 통해 읽었던 크고 작은 불행과 불운, 불안을 일상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 말해주는 글이다.

한 달 넘게 담아두고 있다가 블로그에 옮긴다.

왜 슬픈(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라는 말은 사실 비겁과 태만의 합작에서 발현하는 것을 수도 있다는 것.

꿈과 상황을 해석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는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과 반성을 주는 글이었다. 

해석하는 것이 비록 내 자신에게 행하는 것일지라도 오만한 태도이며 폭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부터는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석에서 멈추지 말고, 의지를 가지고 그 너머의 영역으로 뚫고 나갈 것! 

막연히 불길한 느낌을 충실한 지금으로 전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영원히 기억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해본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너무 쉽게 판단에만 그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서 살면서  판단의 시선으로 부터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진심을 열어보일 수 있는 거리의 사람들에게 만큼은 이러한 폭력을 가하지 말아야겠다. 때로는 삶에 지쳐 이마저도 놓쳐버릴 순간이 있을 때, 자기합리화 대신 정말 미안한 감정이라도 가지고 미안함을 만회하기 위한 행동이라도 겹쳐가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퍽퍽한 세상을 더 퍽퍽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지는 않다. 내 친구들에게 해석 이상의 영역으로 함께 가자고 말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이라는 것은 체화의 기본 단계이고, 그래서 참 중요한 것 같다. 발화하는 말이란 것은 행동으로 가기 전에도 분명한 육체성을 가진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빠져나와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말을 고민하는 단계까지의 거리는 사실 머리와 가슴의 거리만큼이나 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요즘 부쩍 내 자신이 부덕하다고 느껴 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해답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약함에서 벗어나 불운한 순간까지도 포용하는 용기를 가져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덕도 조금씩 적립되어 언젠가는 복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발터 벤야민의 말, 코어 기억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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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실렸던 '임경선'의 강연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함정]

강연에서 꼭 받는 질문, 아니 하소연이 있는데요 "사랑하면 상처받을까봐 두렵다. 나 좋다는 사람은 싫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한테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연애를 안 하고 평생 혼자 살자니 그렇고, 눈 낮추고 주변을 둘러봐도 멀쩡한 사람은 다 기혼이다. 대체 괜찮은 남자들은 왜 없냐? 어디 가서 찾아야 하냐!"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화를 막 내세요 (웃음) 저는 거꾸로 여쭙고 싶어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가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기 전에 당신은 스스로를 사랑하냐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냐고. 그러면 또 고개를 갸우뚱, 우물쭈물 '잘 모르겠다'고 하세요. 나도 나를 모르는데 어쨋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보다 더 이해하고 사랑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그리고 우리는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명제를 너무 미화하는 건 아닐까요.

가령, 요즘 나오는 감성에세이들을 보면 "너는 하찮은 사람이 아니야" "넌 사실은 좋은 점을 많이 가진 매력적인 사람이야"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줘"하고 위로하잖아요. 분명 인생 어느 시점에선 이런 말들이 위로가 됐을 테죠.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는 말은 정말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일이 잘 안 풀릴 때, 잠시 나를 위로하는 용도로 쓴다면 모를까, 언제부턴가 이 말이 아무 것도 안 하려는 스스로에 대한 변명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요. "이게 나야, 어쩔래?" "난 이런저런 상처가 있어서 지금 이럴 수 밖에 없는 거야"라면서 지금 나의 지질한 점, 못난 점을 합리화하는 데 쓰고 있진 않은지요.

이렇게 사랑에 있어서 자발성, 능동성이 발휘되지 않으면 대신 자존심이나 자의식이 작용합니다. 저는 자존심 내세우는 건 모든 사랑하는 관계에서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자존심 내세우는 관계 자체가 의미가 없잖아요. 대체로 이런 불필요한 모습들을 보이는데요.

첫 번째, 자기는 껍데기에서 한걸음도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으면서 내심 누군가가 껍데기를 깨고 들어와 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또 막상 깨고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을 보면, 왜 하필 너야 라며 화내죠.(웃음)

두 번째, 자신의 문제를 상대에게 투영하거나 내가 채우지 못한 결핍을 대신 채워줄 상대를 기다립니다. 내가 나에 대해서 싫어하는 점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면 못 견디고 고치라고 강요하기도 하죠.

세 번째, 상처받기 전에 먼저 상처를 줍니다. 조금 불안한 기미가 보이면 그 무엇보다도 내가 버림받을 거라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어서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내가 차이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면 관계는 기승전결이  없어집니다. 제대로 시작하고 제대로 끝나본 적도 없이 그저 연애의 단맛만 맛보며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렇게 늘 관계에 깊숙이 발을 넣기 보다 항상 여차하면 도망갈 준비가 되어 있는 거죠.

'있는 그대로의 나'가 매력적일 때는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고 싶어지는 경우는 딱 한가지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죠. 자존감은 '나를 사랑하자'같은 자기암시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남들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요즘은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좀 거창하게 취급받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른 아닌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있는 그대로 나를 직시하고 주제파악을 한다는 건데 주제파악이라고 해서 자기비하가 아니라, 나의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을 직시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잘하고자 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죠. 타고난 것이나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 일상 속의 꾸준한 성실함이 자존감을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기본적인 삶의 태도죠. 저는 이런 성실한 자존감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냐면 나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쓸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하는 상대의 결핍이나 불완전함을 이해할  포용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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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sandth Man (천번째 사람)

 

                                                  - Rudyard Kipling (루드야드 키플링 )-

 

                                                  출처: Joyce Park님의 페이스북 포스팅

                                                          (해석:  Joyce Park)

 

One man in a thousand, Solomon says,

Will stick more than a brother.

And it's worth while seeking him half your days

If you find him before the other.

Nine hundred and ninety-nine depend

On what the world sees in you,

But the Thousandth man will stand your friend

With the whole round world agin you.

천 사람 중의 한 사람은

형제보다 더 가까이 네 곁에 머물 것이다.

인생의 절반을 바쳐서라도

그러한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너를 발견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구백아흔아홉 사람이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로

너를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그 천 번째 사람은 언제까지나

너의 친구로 남으리라.

세상 사람 전체가 너에게 등을 돌릴지라도.

 

'Tis neither promise nor prayer nor show

Will settle the finding for'ee.

Nine hundred and ninety-nine of'em go

By your look, or your acts, or you glory.

But if he finds and you find him.

The rest of he world don't matter,

For the Thousandth Man will sink or swim

With you in any water.

그 만남은 약속이나 바램이나 겉으로 내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너를 위한 진정한 만남이 되리라.

천 사람 중의 구백아흔아홉 사람은 떠나갈 것이다.

너의 표정에 따라, 너의 행동에 따라, 또는 네가 무엇을 이루는가에 따라.

 

그런 네가 그 사람을 발견하고 그 사람이 너를 발견한다면

나머지 세상 사람들은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그 천번째 사람이 언제나 너와 함께 물 위를 헤엄치고

또는 물 속으로도 기꺼이 너와 함께 가라앉을 것이기에.

 

You can use his purse with no more talk

Than he uses yours for his spendigs,

And laugh and meet in your daily walk

As though there had been no lendings

Nine hundred and nienty-nine of'em call

For silver and gold in their dealigs;

But the Thousandth Man h's worth'em all,

Because you can show him your feelings.

때로 그가 너의 지갑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너는 더 많이 그의 지갑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유를 대지 않고서도.

그리고 날마다 산책길에서 웃으며 만나라.

마치 서로 빌려 준 돈 따위는 없다는 듯이.

구백아흔아홉 명은 거래할 때마다 담보를 요구하리라.

하지만 그 천 번째 사람은 그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넌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그 사람에게는 보여 줄 수 있으니까.

 

His wrong's your wrong, and his right's your right,

In season or out of season.

Stand up and back it in all men's sight --

With that for your onlt reason!

Nine hundred ad ninety-nine can't  bride

The shame or mocking or laughter,

But the Thousandth Man will stand by your side

To the gallows-oot-- and after!

그의 잘못이 너의 잘못이고,

그의 올바름이 곧 너의 올바름이 되리라.

태양이 비칠 때나 눈비가 내릴 때나.

 

구백아흔아홉 사람은 수치스러움과 모욕 비웃음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천번째 사람은 언제나 네 곁에 있으리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승환의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곡

'화려하지 않은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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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은총을 입었다. 그 사건은 특별하면서도 동시에 평범하다.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느껴지는 점에서는 특별하지만, 이렇게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은혜로운 사건들이 실제로 주변에서 늘 일어난다는 점에서는 평범하다.
...
내게 이런 일은 늘 일어나고 있다. 어떤 것은 의식하고, 어떤 것은 기적 같은 본질을 의식하지 못한 채 받는다. 내가 그중 얼마나 많은 것들을 스쳐 보냈는지는 알 길이 없다. '

- 책 '아직도 가야할 길' 중에서 -

나같은 골방 귀차니스트도 두 번이나 정주행하게 한 신기한 책

모든 친구들에게 특급추천 합니다.

(책 빌려줘서 고마워~ 인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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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리스트

꾸뻬씨의 행복여행
꾸뻬씨의 사랑여행
꾸뻬씨의 시간여행


미스터 모노레일
일층 지하일층

사랑의 기초

다른 모든 눈송이들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댄디, 오늘을 살다

작은 것들의 신

* 읽고 있는 책

소년을 위로해줘


*댄디... 빼고는 모두 소설
쉬는 동안 소설은 원없이 읽고 있음.
몇 권은 전자책인데 이거 은근 중독성 있네
완독과 동시에 새로 읽을 책을 검색하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이 외에 읽다가 때려친 세 권도 있는데, 한 권은 아직 읽을 준비가 안되서 다른 한 권은 나랑 맞지 않아서, 하나는 재미가 덜 해서...
제시카님이 소개해준 레이먼드 카버도 시간이 되면 읽어봐야지. 저번에 빨간책방에서 읽어줬던 짧은 소설 '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이 내게도 인상적이었다. 이왕이면 작가에게 유명세를 안겨주었다는 '사랑에 관해 말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을 읽어보고 싶다. 요즘은 아주 보편적인 언어로 이야기하는 글이 가장 훌륭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블랙코미디는 자연히 식상하고. 살아가는 세계가 이미 블랙코미디를 능가하고 있으니 그것을 반영하는 행위 이상의 무엇을 예술이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힐링이라는 말에 질려버린 심정은 당장 이해가 가지만 덮어놓고 힐링이라는 말자체를 비웃을 것만이 아니라(모두가 알다시피 이죽거림이나 실소는 상황을 전혀 호전시키지 못한다. 처음에는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오지만 그것들도 반복되면 지루함만을 남긴다. 마치 근 몇 년동안의 홍상수의 영화들이나 건달이나 조직세계를 다루는 영화들마냥...) 그 핵심에서 사람들의 갈증을 읽어내고 해소해 줄 만한 꺼리를 제공하는 것이 이 시대의 문학을 비롯한 여러 예술이 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위로하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지만, 여튼 중심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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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란드 러셀의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라는 책의 내용을 옮겨본다.


내가 생각하기에 설명적 산문을 쓰는 작가들에게 추천할 만한 몇몇 단순한 격언들(아마도 내 처남 피어스 스미스가 내게 권했던 것들만큼 단순하지는 않겠지만)이 있다. 첫째, 짧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긴 단어를 쓰지 마라. 둘째, 대단히 많은 조건들을 가진 진술을 하고 싶다면 그 조건의 일부를 별도의 문장 속에 배치하라. 셋째, 문장의 서두가 결말과 상반될 거라는 기대를 독자가 품지 않도록 하라.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라는 글의 일부

유용한 조언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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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손택의 책 - '타인의 고통', '은유로서의 질병', '인 아메리카' 이 세 권과

이이언의 앨범 realize를 구매하였다

요즘은 마냥 놀고만 싶다.

참, 아직 상원미술관에서 전시중... 아쉬운 점도 있지만, 나름 흡족한 결과물이라 다행.

다음 전시 일정이 빨리 나오면 좋겠다.

쉬고 싶고 놀고 싶어 생업을 제외한 모든 일을 놓고 주말만 기다리는 빈둥모드이지만

항상 해소되지 않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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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할 과제가 생겨 '걸작의 뒷모습'이란 책을 주문했다.

수잔손택의 책 구매는 조금 미뤄둬야 겠다.

이 게시판이 녹슬고 있어서 괜히 한 번 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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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굴레만큼이나 사람들을 지배하는  패턴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는 방식이나  행동하게 되는 방식은 이성적인 사고에서 벗어난 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전혀 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충동적으로 저질러버린다라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사실 알고보면 이미 정형화되어 있는 몇 가지의 선택사항 중에서 자신의 기질이 시키는 대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인 듯 하다. 간단히 말해 패턴이라 할 수 있는. 패턴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은희경과 소피 칼을 통해 정리해 보고 싶어졌다.

은희경의 소설 '태연한 인생'의 주인공 김요셉은 별 볼일 없는 현실에서 냉소적인 태도를 일관하며 살아가지만 그의 내면에는 옛 연인 류에 대한 꺼지지 않는 열정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류가 갑작스럽게 떠나면서 큰 고통을 겪었고, 이후에는 계속 건조하고 삐딱하게 살아가지만 류의 소식을 우연히 접하면서 그녀를 만나고 싶다라는 열망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휩싸여 혼란을 겪는다.  매사 느긋하고 이기적인 겉보기와는 다르게 그의 속은 불이 붙기만을 기다리는 폭탄의 심지처럼 초조하고 불안하다. 냉정한 그가 한 순간 냉정을 버리고 이성을 잃게 되리라는 패턴.

남자친구의 이별통보를 소재로 한 소피 칼의 현대미술 작품 '잘 지내기를 바래요'에서는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류의 전형적인 텍스트(편지)가 나온다. 소피칼은 이 편지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107명의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에게 해석을 부탁하고 결과물을 관객에게 공개했다고 한다. 이것이 그녀가 이별을 견뎌내고 잘 지내는 방법이었다고. 이 우회적이고 조심스럽기만한 남자친구의  표현 속에 숨겨진 것은 너와 만나는 것이 지긋지긋하니 이제 그만 헤어지자는 내용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심한 사람들이 누군가와 좋게 헤어지고 싶을 때 이렇게 행동한다만, 아무리 우아한 손수건에 칼을 싸서 건낸다 한들 칼은 그냥 칼. 받은 사람은 시퍼런 칼날에 베이지 않을 수 없다. 원문보다 더 암호같은 107개의 해석에서도 쉽게 압축할 수 있는 패턴.

이런 극적인 상황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사람들은 패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패턴에서 벗어나면 고립될(무엇으로 부터?) 것이라 생각해 쉽게 패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인지도...

패턴이 영혼을 잠식하는 동안 나는 뭐하고 있었나?

정처없이 흘러가는 태연한 인생 속에서 나는 오늘도 불안을 불태워가며 무언가를 써댄다. 현실은 너무 초조한데 아웃 오브 현실에 대해 생각하고 쓸 때만큼은 초조함이 달아나니 아니 쓸 수도 없다. 나 자신에게 걸어놓은 수많은 계획과 약속들이란 패턴의 너머에 있는 걸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한 숨 돌리자. 즐기는 것 만이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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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위에 떠 있는 DJ에게

                                          이영주

 새들이 멈추었을 때 서른이 되었다. 모든 풍경을 떼 내 나에게 엽서를 썼다.

 잔뜩 취한 서른의 내가 맞추지 못한 문의 구멍을 스무 살의 내가 맞춰 주는 순간. 첫날밤의 이불처럼 벽돌이 하얗게 펄럭거렸다.

 저 하늘 위에 떠 있는 DJ를 보라. 그는 탈색되는 걸 사랑했고 몰래 잠드는 것도 좋아했다.

 부엉이 문신은 부드러운 네 왼쪽 가슴을 향해 날았다.

 검은 음표들은 전부 취해 있다. DJ는 환자가 누운 곳에서만 턴테이블을 돌린다.

 세상의 모든 창문은 음표의 방향이 되었다.

 첫날밤은 귀가 먼 병원 의자에서 가장 고결한 사랑을 배운 DJ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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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말할 수 없습니다

                                             이영주

 양동이 바깥으로 흘러넘치는 물을 봅니다. 반 토막만 물에 잠긴 열대어처럼 속옷들이 색깔로 물들어 있습니다. 벽에 붙박인 샤워기 아래서 내 몸은 평면으로 흘러내립니다.

 지도에서만 보던 땅의 모습을 확인하러 나는 먼 곳에서부터 왔습니다.

 어떤 산책은 뒷모습만이 유일한 길이 됩니다. 사물을 남기려다 사람을 놓친 순간.

 커다란 천을 뒤집어쓰고 한 사람이 벵골만으로 흘러갑니다. 지구에 붙박인 절벽들은 오랫동안 깊은 곳에 숨겨진 구멍을 보여 줄 수가 없었습니다.

 뒷모습에서 흘러나오는 한밤의 노래를 향해 잠자고 있던 열대어들이 거슬러 갑니다. 건조한 비늘을 핥으면서, 지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문장을 천천히 지우면서.

 욕실 창문을 뚫고 쏟아지는 바람 속에서 나는 가장 더러운 부위부터 벗어 놓기 시작합니다. 타일 바닥을 뒹굴며 구멍 안으로 스며듭니다. 먼 곳에서 떨어진 붉은 지느러미들, 외국어를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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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시를 읽을 때는 시같은 걸 읽으면 가난뱅이가 된다고 으름장을 놓던 내가 시집을 또 사고 말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사람들이 누드를 보는 것과 같은 심리로 시를 읽는다.

시를 대하는 태도가 뭐 그렇게 역겹냐고 묻는다면,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시가 너무 아름다워서, 좀 오래 쳐다보는 것 뿐이라고 말하지 뭐

그리고 나는 나 대신 내 이야기를 해 줄 대상을 찾아내는 능력을 타고난 것 뿐이라고.

복선만 있으면 서로 악착같이 달라붙으려하는 이야기의 성질만큼 고약한 것이 또 있을까?

 

깊은 밤을 아주 깊게 비행하는 부엉이

부엉이 문신을 한 이적요를 상상해 본다.

이적요의 은교를 향한 닿을 수 없는 뜨거움도 함께.

그와 은교가 서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특별한 일없이 고루하게 맴도는 삶을 좇다가 끝나버렸을 그의 인생이 욕실 바닥 위에 낯설고 붉은 것들을 쏟아내는 것으로 바뀐 건 불행인가?

아니면 별 일 없이 흐릿하게 묽어져가는 인생이 불행인건가?

누구도 불행을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타인의 동정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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